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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그림들 - 미술은 어렵다

by 독서공방 2023. 3.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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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은 크게 나누어 음악과 미술로 구분할 수 있다. 우리가 평소에 더 자주, 쉽게 접하는 예술은 음악이라고 볼 수 있다. 차 안에서 운전할 때 듣기도 하고, 공부를 하면서 듣기도 하고, 카페에 가면 항상 재즈 음악이 틀어져 있다. 취미 생활도 회화보다는 악기 연주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 간접적인 방식으로 실생활의 편의성과 밀접한 영역은 미술이라고 볼 수 있지만 우리가 직접적으로 행위하는 예술은 주로 음악이라고 볼 수 있다. 왜 우리는 미술보다는 음악을 더 선호할까? 감상이라는 영역에서 접근해보고자 한다. 음악 감상과 미술 감상 중에 무엇이 더 어려울까? 나는 미술 감상이 훨씬 어렵다고 생각한다.

 

음악은 내가 듣고 싶은 노래를 다운로드해서 스피커로 재생시키면 방안 가득히 소리가 찬다. 반면에 우리는 미술을 감상하기 위해서는 미술관을 가야 한다. 물론 집에서 인터넷으로 찾아볼 수도 있지만 대게는 감상의 목적보다는 검색의 목적이 크다. 모니터 앞에 앉아 모니라자를 감상한다고 5분간 가만히 있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왜 감상에서 미술이 더 어려울까?

 

음악은 시간의 예술이기 때문에 선율과 화음이 차례대로 들린다. 여러 악기와 화음, 멜로디가 악보 상의 모든 음을 '꽝'하고 연주한다고 해보자. 그 음악은 절대 이해할 수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음악은 시간의 예술이기 때문에 친절하게도 전체의 음악 전개를 하나하나 풀어서 우리 귀에 들려준다. 그래서 우리는 음악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반면에 미술을 감상하기 위해서는 사전 배경 지식이 필요하다. 화가가 왜 그런 그림을 그렸는지 의도를 알고 있어야 제대로 감상을 할 수가 있다. 하지만 화가는 자신의 의도를 말로 설명해주지 않는다. 그림을 그릴 뿐이고 완성된 작품을 선보일 뿐이다. 그림의 의미는 우리가 직접 찾아보고 공부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많은 사람들의 해석이 다양하고 분분하다.

피카소 <한국에서의 학살>

 위 그림은 한국 전쟁 당시 미군의 황해도 신천 지역 학살을 그렸다는 의견이 있다. 피카소가 한국을 소재로 그림을 그렸다는 게 신기하다. 하지만 우리는 이런 의견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다. 사실이라고 해보고 이 그림을 다시 보자. 이해할 수 있는가? 이해가 갈 듯도 하고 이해가 확 와닿지도 않는다. 우리는 계속해서 이 그림과 씨름을 해야 한다. 음악처럼 하나씩 풀어서 전개시켜주지 않기 때문이다.

 

 

황석영의 '손님'이라는 책이 있다. 이 책은 황해도 신천 지역의 학살을 소재로 소설로 쓴 책이다. 우리가 피카소의 위 작품을 이해하고 싶다면 이런 책을 읽어야 그나마 책에 좀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배경 지식을 습득해야 화가의 의도를 그나마 추측해 볼 수 있다. 이렇듯 미술을 감상하기 위해서 우리는 화가, 미술사, 그림의 배경 등을 사전 학습해야 한다. 

그림 감상이 쉽지는 않지만 그림을 공간의 예술이 아닌 시간의 예술로 변환하면 우리는 좀더 쉽게 감상할 수 있다. 지금은 돌아가셨지만 '밥 로스' 아저씨는 교육 채널에서 꽤 오랫동안 그림을 그리셨다. 그는 하얀 화폭에 선을 하나하나 그려가며 그리는 방법을 설명해 주신다. 마음의 위로가 되는 말씀도 곁들어서 해주신다. 그의 말에서 인격과 작품을 대하는 태도를 알 수 있다. 그림 교육을 위한 방송이지만 우리는 이 방송을 그림을 배우려는 목적으로 보지만은 않았다. 그저 그가 그림을 그려가는 모습을 감상했다. 30분이 넘는 방송이지만 어릴 적 넋을 잃고 봤던 기억이 난다. 그의 손길 한 번에 나무가 만들어지고 산이 만들어지는 솜씨는 마치 마법과 같았다. 

 

유뷰브 소재 중에는 그림을 그리는 유튜버도 있다. 우리는 이 유튜버가 그림을 그리는 모습과 대화를 시청한다. 이 사람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어떻게 그림을 그리는지 화면을 통해서 전부 보여진다. 완성된 작품만 보라고 하면 감상 시간이 채 5분도 넘지 않을 테지만 이런 사람들의 그림 감상은 10분 넘게도 시청한다. 그림 그리는 과정을 관찰함으로써 비로소 미술을 감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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