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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그림들 - 르네상스와 인상주의

by 독서공방 2023. 3.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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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상스와 인상주의 미술을 비교하면 표현에 확연한 차이를 느낄 수 있다. 어떤 그림이 더 실제에 가까울까? 

 

 

왼쪽의 르네상스 작품을 보면 옷의 결과 질감이 느껴질 정도로 아주 세세하게 묘사되어 있다. 흡사 사진의 한 장면을 보는 듯이 디테일한 세부 사항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그림을 그리려는 작가의 열정이 보인다. 반면에 모네의 해돋이는 뭉툭한 붓과 물감으로 디테일한 모습을 전혀 볼 수가 없다. 르네상스 스타일에 익숙했던 사람들은 인상주의 작품이 대충 그렸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을 것이다. 

 

 

하루는 기차를 타고 광주에 내려가는 중이었다. 문득 바라보는 풍경이 마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에'를 보는 듯했다. 정겨운 시골 풍경, 하늘 아래 마을, 언덕, 나무 등의 모습은 밤과 낮이라는 차이만 있을 뿐 거의 모든 장면이 흡사하게 느껴졌다. 빠르게 지나가는 시골 풍경의 모습은 순간적이며 이를 그림으로 표현했다면 인상주의라고 볼 수 있다. 그러면 우리가 실제로 보고 느끼며 기억하는 것은 사진 작품과 같은 르네상스가 아니라 인상주의가 아닐까? 

 

우리는 눈 앞의 사물이나 정경을 세세하게 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착각이다. 우리는 절대 눈에 보이는 것의 전부를 파악할 수 없으며, 사람에 따라 매우 선택적으로 보고 싶은 것만 본다. 기억으로 넘어갈 때는 대부분의 세부적인 부분은 삭제가 되며 우리는 전체적인 인상만을 기억에 남게 된다. 그렇다면 실제로 우리가 보고 있으며, 떠올릴 수 있는 것은 사진이 아닌 인상주의 작품과 같은 것이라 할 수 있다. 르네상스 그림이 현실을 더 자세히 반영하고 있다고 볼 수 있지만 관점을 바꾸면 실제 현실은 흐릿한 인상주의에 가깝다.

 

칸트는 대륙의 합리론과 영국의 경험론을 합쳐 관념론을 만들었다. 관념론은 코페루니코스의 천동설에서 지동설로 바뀌는 혁명과 동급으로 비교된다. 칸트 스스로 그렇게 말하였다. 그만큼 관념론이 철학과 사상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고 볼 수도 있다. 관념론에 의하면 눈앞에 사과의 실제 모습은 알 수가 없다. 우리는 사과를 동그랗고 빨갛다고 인식하지만 이는 우리의 시각과 뇌에 의한 관념일 뿐이지 실제의 사과 모습은 알 수가 없다는 것이다.

 

박쥐는 시력이 없다. 청각의 초음파를 이용해 지형지물을 파악한다. 눈으로 보지 않고 귀로 보기 때문에 박쥐는 한밤중에도 마치 눈이 있는 것처럼 동굴 속을 자유롭게 날아다닐 수 있다. 박쥐가 인식하는 사과는 어떤 모양일까? 인간은 박쥐가 아니기에 결코 상상조차 할 수 없다. 분명한 것은 박쥐에게 사과가 빨갛거나 동그랗지 않다는 것이다. 오로지 인간의 눈에만 빨갛고 동그랗다. 지구와 우주에는 수많은 생명체가 있다. 그들 각자는 각자의 방식으로 사과를 인식한다. 누구의 방식이 정답일까? 정답은 없다. 분명한 실체는 있겠으나 어느 누구도 분명한 실체를 파악할 수 없다. 우리는 단지 우리의 뇌에서 작용하는 인식을 실제로 착각하며 받아들일 뿐이다.  

 

칸트의 관념론은 인상주의에 적용할 수 있다. 칸트의 관념론에 따르면 실제 모습은 있을 수 없다. 단지 사람마다 인식하는 과정이 있을 뿐이며, 이는 사람마다 다르다. 칸트의 관념론이 인상주의 작품에 영향을 미쳤는지는 알 수 없지만 철학적인 맥락에서는 공통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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