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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하얼빈 - 선과 악에 대해서

by 독서공방 2023. 4.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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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칼의 노래'는 읽지 못했다. 읽어야겠다는 생각은 하면서도 항상 뒷전으로 밀리기 일쑤였다. 그러다 우연한 계기로 이 책을 읽게 되었는데, 김훈이라는 작가의 필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얼빈은 안중근이 이토 히로부미를 권총으로 사살한 도시이다. 이 책을 읽지 않은 독자라 하더라도 어떤 사건이 전개될지 쉬이 짐작을 할 수 있다. 하지만 뻔한 이야기를 뻔한 프레임에 맞추어 쓰면 작가로서나 책으로서도 큰 의미가 없을 것이다. '선'을 대표하는 안중근과 '악'을 대표하는 이토 히로부미의 이야기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전개된다.

 

우선 선과 악에 대해서 이야기해 볼 필요가 있다. 선과 악은 절대적인가? 대한민국은 임진왜란과 일제강점기를 잊지 못한다. 일본은 악의 원흉이며, 우리는 바로 선에 해당한다. 선은 악에 의해서 고통받을 수는 있으나 결국 선은 악을 이기기 마련이다. 뻔한가? 하지만 뻔한 스토리는 영화나 소설에서 언제나 등장하며 우리를 즐겁게 해 준다. 하지만 영화나 소설이 한 발짝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이 프레임에서 벗어나 필요가 있다. 또한 선과 악은 시대와 사람에 때라 언제나 재해석 되며 서로 뒤바뀌기도 한다. 

 

선과 악을 재해석하는 대표적인 책들을 소개한다. 

 

주제 사라마구의 '카인'과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은 성경에 쓰인 최초의 살인자가라고 할 수 있는 카인을 선지자의 자리에 올려놓는다. 이 작가들이 중세에 태어났다면 화형을 당했을지도 모른다.

 

주제 사라마구의 '예수복음', 카잔차키스의 '최후의 유혹', 이문열의 '사람의 아들'은 예수와 유다의 대립을 보여주는데, 유다를 결코 예수를 배반한 악으로 묘사하지 않는다. 새로운 해석이 주는 신선함은 작가에 대한 찬탄도 함께 낳는다.

 

'하얼빈' 작품에서 이토 히토부미는 최악의 상황에 빠진 조선에 선진 문명을 전달하는 선구자의 역할로 묘사된다. 그는 대의를 위해 만주와 조선에 철길을 놓고, 정치와 경제적인 안정을 추구하려고 한다. 물론 대일본 제국의 번영을 위한 일이지만 조선을 말려 죽이려는 의도는 없다. 대의를 위한 희생은 있을지언정 히틀러와 같은 비인간적인 말살 정책은 없다. 

 

반면 안중근은 이토 히로부미를 죽여야 하는 당위성을 찾지 못한다. 그를 죽여야만 한다는 알 수 없는 끌림을 느낄 뿐이다. 안중근 역시 조선을 위해 대의를 위한 선택 했다고 할 수 있으나, 과연 이토 히토부미를 죽여서 조선과 동양에 가져올 수 있는 평화가 무엇인지는 알 수가 없다.  그의 개인적인 욕망과 분노 표출에 불과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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