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월한 저자인 말콤 글래드웰의 책이다. 그의 책은 역시나 읽으면서 순간마다 무릎을 치게 하는 탁월한 표현과 통찰을 보여준다.
책의 제목을 보면 타인을 어떻게 해석하는 것이 좋을지 그 방법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줄 것만 같다. 하지만 내용은 정반대이다. 우리는 타인을 해석할 줄 모른다. 해석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이 생각에 동의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동의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나의 경우에는 지극히 동의한다.
개인적으로 심리, 정신분석, 상담과 같은 인간 분석 및 그를 활용한 상업 세계를 매우 싫어한다. 심리 또는 정신분석을 공부했다고 해서 다른 사람의 말과 행동을 보고 분석하고 치료하는 행위 자체가 매우 비과학적이며 증명조차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저 위로가 될 법한 당연한 말만 하기 일쑤이다. TV 프로그램 중 상담 프로그램은 단지 방송사에서 돈을 벌기 위한 쇼프로그램의 일종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이 책은 나의 생각을 더 굳건히 해주는데 한 몫한다. 그렇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
저자는 세 가지 이유로 타인을 해석하는 것이 어렵다고 한다.
첫째, 우리는 타인을 기본적으로 진실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생면부지의 사람을 처음 보더라도 의심보다는 믿음을 가진다. 언뜻 이해되지 않을 수도 있고, 자신은 그렇지 않는다고 말할 사람도 있을 테지만 이것은 인류의 기본값이다. 타인에 대한 기본 신뢰가 없다면 현실 사회는 불가능하다. 예를 들어 인터넷에서 물품을 구매할 때 우리는 물품을 판매하는 자가 누구인지 모르지만 돈을 보내고 물건을 보낼 것이라고 전혀 의심하지 않는다. 병원에서는 의사가 누구인지 모르지만 자신의 몸을 맡긴다. 타인의 대한 기본적 신뢰는 사회가 움직이는 힘이다. 그래서 생기는 문제는 바로 사기이다. 우리는 타인이 나에게 호의적일 것이라고 기본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사기를 당한다.
둘째, 투명성의 오류이다. 우리는 상대방의 표정, 행동, 눈빛 등을 보면 그를 이해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외적인 표현들은 문화나 나이에 따라 다양하다. 판사들이 죄수들을 판정할 때 직접 대면으로 판결을 내리지만 엉터리인 경우가 많다. 면접도 마찬가지이다. 사람을 직접 보아야 잘 판단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이것은 단지 심리적인 안정일 뿐이다. 실제 판단은 대면을 하지 않는 AI 프로그램이 훨씬 잘한다.
셋째, 사람의 특정 행동은 장소, 도구 등의 특정 맥락과 결합이 되었을 때 방출된다. 자살을 하려는 사람에게 도구를 빼앗으면 다른 방법으로 할까? 보통은 그렇게 생각한다. 자살을 결심한 사람들은 어떻게 해서든 다른 방법으로 자살을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자살은 특정 장소, 도구와 밀접하게 결합을 해야 발생한다. 총기로 자살을 하려는 사람에게 총을 뺏으면 그는 자살을 하지 않는다. 이런 해석은 심리학자나 상담사들을 불편하게 한다. 이들은 자살 가능성이 있는 자들을 심리적인 치료로 방지하려 하지만 이런 방법은 별로 쓸모가 없다는 암시를 주기 때문이다. 특정 범죄도 특정 지역에서만 발생한다. 예를 들어 매춘 거리를 없애면 매춘부들은 다른 지역으로 가서 할까? 그렇지 않다.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가야 하며 새로운 고객, 새로운 포주 등 모든 것을 새로 시작해야 하기 때문에 상당히 번거롭다. 사람의 특정 행동은 그 사람의 특성이 아닌 주변과의 상호의존성이 매우 끈끈하다.
위와 같은 세 가지 이유로 타인을 해석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 책의 주요 요지이다.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겸손이 정답이다. 타인을 함부로 해석해서는 안된다. 그냥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항상 남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한다. 뒷담화는 언제나 흥미 있는 주제이다.
책에서 아쉬운 점을 이야기하자면 마무리가 너무 빈약하다. 거의 마지막 장까지 사료 조사와 분석, 통찰을 잘 이끌어가며 독자를 몰입하게 하는데, 마지막 결말이 급하게 쓰다가 멈춘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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