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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

아버지란 무엇인가 - 아이네아스와 부성

by 독서공방 2023. 3.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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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이는 그리스와의 전쟁에서 패한다. 제우스와 아프로디테의 아들인 아이네아스는 무너지는 트로이를 바라보며 갑옷과 무기를 챙기고 트로이를 지키기 위해 전투를 위해 나선다. 아이네아스는 아킬레우스의 전투적 남성성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헥트로의 영혼, 아버지와 아내의 조언, 신들의 조언들이 차례로 나타나며 아이네아스가 전투가 아닌 후일을 도모할 수 있도록 탈출로 안내한다. 전투적인 남성성에서 이성적이며 계획적인 남성으로 변화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부성'이란 정신의 이성적인 활동임을 신화를 통해서 보여준다. 

 

 

그림의 중앙에 위치한 아이네아스는 자신의 아버지를 짊어진다. 아들의 손을 잡고 아내도 이끌고 있다. 아내는 아쉽게도 탈출에 성공하지는 못한다. 아버지의 손에는 가정의 신을 상징하는 조각품을 들고 있다. 이 그림은 부성으로서의 모습을 잘 상징하고 있다. 아버지가 된다는 것은 타인의 무게를 책임져야 한다.

 

요즘 20대들은 대부분은 결혼을 거부한다. 자유로운 삶, 미래의 커리어 등 결혼으로 인한 제약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삶을 만들고 싶어 한다. 이런 마음을 나 역시 이해한다. 나 역시 그런 삶을 추구하고 있다. 하지만 나는 결혼을 '안 한다.'라고 말하지 않는다. '못했다.'라고 말한다. 나는 좋은 아버지가 되고 싶었다.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아이들에게 좋은 교육을 해주고 싶었다. 결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실패하고, 그 후로 소개팅이 이어졌으나 나는 여성분으로부터 단 한 번도 긍정적인 호감을 얻지 못하고 차임의 연속이었다. 어쩔 수 없이 결혼을 못했기에 나 혼자만의 삶을 만들어가는 중이다. 

 

결혼을 하고 자신의 아이를 갖는다는 것은 타인의 삶에 깊이 관여해야 함을 의미한다. 나 혼자만의 즐거움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인생까지 책임을 져야 한다. 성숙해지지 않고서야 어떻게 타인의 삶을 책임질 수가 있겠는가?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산다는 것은 더 이상 성장하지 않으며, 타인의 삶을 책임지고 싶지 않다는 어린아이의 마음과 같다. 어린아이들은 종종 말한다.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요. 어른이 되면 하고 싶은 것을 다 하고 싶어요.' 이런 마음에서 벗어나지 못한 20대는 같은 말을 한다. '결혼하고 싶지 않다. 결혼하면 여러가지 제약이 많이 생기고, 놀 수도 없고, 특히 여자는 경력도 단절된다.' 

 

결혼해서 정상적인 가정을 꾸린다는 것은 내 삶의 많은 부분을 포기해야 함을 의미한다. 대신에 나의 아내, 혹인 남편과, 그리고 아이들과 협력 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 공동체를 만들어 사는 삶과 혼자 사는 삶과 성숙도에서는 분명 차이가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나는 아직 어린아이이다. 어린아이의 마음이 지속되면 어떻게 될까? 퇴행이 이루어진다. 

 

새는 자라면 자신이 자라는 둥지를 떠난다. 자신만의 둥지를 만들고 가족을 만든다. 나는 현재 나만의 둥지를 가지고 있다. 아직 나만의 가족이 없을 뿐이다. 가끔 혼자 사는 것의 무의미함을 느끼고, 부모님의 집으로 돌아가야 하지 않나 싶은 생각도 한다. 이 생각이 바로 퇴행이다. 과거의 둥지로 돌아가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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