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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불편한 편의점 - 독고는 왜 죄를 고백하지 않았는가

by 독서공방 2023. 1.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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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 - 독고는 왜 죄를 고백하지 않았는가

 

위 책에 따르면 정의란 '서사'의 내용이 중요하다고 한다. 서사란 이야기를 의미한다. 상대방과 나, 이 세계와 내가 어떤 서사적 관계를 가지고 있느냐가 정의를 정의한다고 한다.

그 예로 한 정치인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는 마피아 두목으로 온갖 악행을 저지르는 형이 있다. 청문회에서 그는 마피아 형을 고발하라는 압박을 받게 된다. 그는 사회적 안정과 자신의 정치적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형을 고발해야 함을 인지한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형을 고발하지 않는다. 자신의 형이기 때문이다. 형은 그의 가족으로서 공리주의, 의무주의, 목적주의의 정의보다 가족이라는 서사적 정의가 우선시되기 때문이다.

비슷하지만 다른 이야기도 있다. 한 테러범이 테러 예고를 한다. 테러범의 편지를 보게 그의 동생은 테러범이 바로 자신의 형임을 인지한다. 편지의 형식이나 문체 등이 자신의 형임을 완벽하게 시사했기 때문이다. 경찰은 테러범의 위치를 추척하고 있으나 어려움을 겪고 있었고, 동생은 자기 형의 위치를 경찰에게 알려 테러를 막는다. 여기서 동생은 서사적 정의보다는 사회적 공리주의 정의를 우선시했기 때문에 이런 선택을 한 것이다.

 

 

불편한 편의점인 주인공인 독고는 원래 직업은 의사였으나 의료 사고로 인해 죄책감을 느끼고 알코올 중독에 빠져 가족에게 버림받고 노숙자 생활을 하게 된다.

노숙자 생활을 하기 전 그는 자신의 부인에게 자신의 죄를 고백할 수도 있었으나 고백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야기 전개를 달리해서 독고는 자신의 죄를 고백하고 아내와 함께 힘든 상황을 같이 헤쳐나갈 수도 있지 않았을까? 왜 독고는 자신의 죄를 꽁꽁 숨기고 결국에는 노숙자로 추락하게 되었을까?

부인에게는 두 가지 선택이 있다. 죄를 고백하는 독고를 용서한다. 이 경우에는 마이클 샌델이 말하는 서사적 정의를 중요시 하는 것이다. 독고는 자신의 남편이며 가족이기 때문이다. 다른 선택은 독고를 용서하지 않는 것이다. 살인죄를 저지른 의사를 어떻게 자신의 가족으로 여기며 같은 집에서 살 수 있을 것인가. 소름 끼치는 일일 수 있다.

잘 생각해보면 독고가 자신의 죄를 고백하지 않은 이유는 죄의 내용과는 상관이 없다. 독고와 아내 사이에는 이미 차가운 냉기가 흐르고 있었다. 사랑으로 맺어진 관계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고백하는 순간 자신의 죄가 트리거가 되어 아내는 이별을 고했을 것이다. 독고는 아내가 자신의 죄를 받아들이지 않으리라는 예견을 했다. 그리고 모든 무게를 노숙자의 삶으로 받아들인다.

 

 

이 책에서 주인공 라스콜리니코프도 살인죄를 저지른다. 라스콜리니코프는 자신의 살인 행위를 이성적인 논리로 정당화하려 하지만 그의 양심을 점점 흔들리고 있으며, 심지어 수사망 역시 좁혀지고 있다.

라스콜리니코프는 자신의 죄를 소냐에게 먼저 고백한다. 소냐는 이 책에서 라스콜리니코프를 영적으로 이끌어주는 마리아와 같은 역할을 한다. 라스콜리니코프가 소냐에게 살인죄를 고백할 수 있었던 이유는 소냐가 자신을 용서하리라고 알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소냐는 라스콜리니코프를 용서하고, 자백할 수 있도록 용기를 심어주며, 유배 생활을 따라가 죄를 겸허히 수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게 된다. 독고의 경우와 반대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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