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의 화가들은 셈세한 묘사로 유명하다. 우리의 눈에 보이는 장면을 최대한으로 세밀한 부분까지 화폭에 담으려 했다. 그들의 작품을 보고 있으면 사람의 손으로 이런 그림을 그렸을지 감탄만 절로 나온다.
플랑드르의 유명한 화가인 얀 판 에이크의 작품을 보면 그 셈세한 묘사를 확인할 수 있다. 그림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손으로 만지면 옷감이 느껴질 것 같으며, 아래쪽 강아지는 털 하나하나 그려져 있다. 뒷 벽에 있는 거울에는 두 부부의 뒷모습마저 그려져 있다. 이 작품 하나를 그리기 위해 화가가 얼마나 많은 시간과 공을 들였을지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르네상스식 묘사는 점점 흥미를 잃게 된다. 섬세하고 자세한 묘사는 화가의 예술 정신을 담지 못하며, 그저 미술 학원에서 배우고 익히는 기교라는 측면이 부각되어진다. 그리고 이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표현의 시도가 이루어진다.
인상주의는 그렇게 등장하였다. 인상주의 화가들은 있는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자세히 담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고 보았다. 눈에 보이는 인상을 순간적으로 캐치해서 화폭에 담으려 했다. 그러다보니 붓질이 거칠고, 과거의 작품에 비해 묘사가 엉성해 보이기도 하다.
모네의 해돋이 작품을 보면 인상주의 학파를 특징을 쉽게 알 수 있다. 물의 표면, 뱃사공, 안개 너머로 보이는 희미한 항구의 모습은 모네가 해돋이 장면의 순간적인 인상을 화폭에 담았음을 알 수 있다. 예전에 저수지 풍경의 식당에서 저녁 노을을 보며 밥을 먹은 적이 있는데, 바로 이와 똑같은 인상을 받은 적이 있었다. 노을이 지는 해에 비치는 물의 표면이 마치 모네의 화폭과 같았다. 하지만 르네상스와 모네의 인상주의에는 동일한 점이 있다. 시각을 중요시 여겼다는 점이다. 르네상스는 눈에 보이는 자연이나 인물의 자세한 묘사를 중시했으며, 인상주의는 시각의 순간적인 인상을 중시했다. 여기에 감정은 없다. 비로소 화폭에 감정을 담은 인물이 바로 우리가 사랑하는 '반 고흐'이다.
반 고흐의 인생은 고흐의 작품을 더 사랑할 수 밖에 없게끔 만든다. 그의 인생과 그림은 하나의 이야기가 되어 더 큰 울림을 준다. 반 고흐의 그림을 보면 인상주의 화가답게 거칠고 두터운 붓칠을 확인할 수 있다. 고흐는 사이프러스 나무가 있는 곡물밭의 풍경에서 받은 순간적인 인상을 화폭에 담았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 모네와의 차이점은 고흐는 감정을 담았다는 것이다. 노랑을 즐겨 썼던 고흐의 붓터치를 보면 정열적인 감정을 확인할 수 있다. 고흐의 작품을 볼 때는 그의 열정이 느껴져야 제대로 감상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림의 문외한이 그림만 보고 감상 포인트를 이끌어내기는 쉽지 않다.
고흐는 동생 테오와 꽤 많은 편지를 주고 받았다. 이 편지에는 고흐가 어떤 감정으로 그림을 그려내는지, 어떤 정열에 쉽싸여 있는지 읽을 수 있다. "때때로 나는 너무나 강한 정열에 쉽싸여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르면서 붓이 움직인다." 고흐의 편지는 단지 편지일 뿐이지만 문학적인 우수성도 상당하다. 반 고흐의 작품을 좋아하며, 그의 작품을 제대로 감상하고 싶다면 그의 편지를 읽어보아야 한다. 고흐의 감정을 알아야 그의 작품 감상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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