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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

자의식에 대해서

by 독서공방 2023. 1.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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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청님은 자의식에 대한 내용을 상당히 무게감 있게 다룬다. 그리고 다양한 상담 사례를 인용하며 자의식을 문제의 출발점으로 시작해 발전할 수 있는 방법을 지시해 준다. 자의식이라는 것은 말 그대로 나 자신에 대한 의식이라고 보면 되겠다. 메타인지라는 말로 표현되기도 한다. 고대 그리스 시대 소크라테스의 '너 자신을 알라'는 말과도 일맥상통한다.

자청님은 자의식이 선사시대의 관습에 머물러있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고 하지만 사실 자의식 자체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자신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지, 또는 평가절하하거나 평가절상하는 등 객관적으로 평가하지 못하느냐가 문제이다. 그렇기에 자의식이 제대로 잡혀있다면 자의식은 문제 될 것이 없다.

그리고 이 점이 심리학에서 내가 문제로 삼는 점이다. 자청님은 자의식 전문가로서 자의식이라는 개념을 활용해 사람을 평가하는 기준으로 삼는다. 사람들은 다양한데, 모두의 문제를 자의식으로 연결 짓는다.

 

 

죽음의 수용소를 읽어보았는가? 심리학과 실존주의 철학에서 상당히 유명한 책이다. 저자는 심리학 및 정신분석 학자 겸 의사이다. 그는 사람들의 사람들의 문제점을 '실존적 공허'로 본다. 10명의 사람들을 상담한다면 10명 모두에게서 실존적 공허를 문제의 원인으로 본다.

나는 자존감이 부족한 사람으로서 자존감 회복을 위한 책을 여러 권 읽어보았지만 대화법 책과 마찬가지로 더 이상 읽기를 그만두었다. 왜냐하면 모든 문제의 출발을 자존감으로 진단 내려 버리며 딱히 자존감 회복에도 도움이 되지 않았다. 사람은 단순하지 않다. 복잡하다. 하지만 심리학자나 정신분석학자는 자신이 연구한 혹은 자신이 이론화한 개념을 가지고 모든 사람들을 그것의 프레임에 씌워서 맞추어버린다. 그리고 마치 귀에 끼면 귀걸이, 코에 끼면 코걸이 식으로 모든 사람에게 적용될 만한 멘트로 수긍하게 만들어버린다. 예를 들어 "당신을 보면 씩씩한 듯 보이지만, 타인에게서 받은 상처가 아직 아물지 않아 때때로 인간관계에서 고독이 느껴집니다."라고 상투적인 말을 한다. 이런 말을 하면 100명 중 100명에게 해당되기 때문에 하나마나 한 소리가 되어버린다. 즉 반증가능성이 부족하다. 

자의식, 실존적 공허, 자존감, 이런 용어들은 니체의 주인 철학에도 어울리지 않는 용어이다. 모든 사람에게 일정 정도 약할 수도 있는 부분을 전문 용어를 활용해 상처받은 영혼으로 만들어버리고 그 사람을 나약하게 만든다. 상담 사례를 들어보면 때때로 1년 또는 2년 정도 상담을 하는 경우도 있다. 도대체 무슨 치료를 2년씩이나 하고 있냐. 나는 상담을 받아본 적이 없다. 그래서 상담이 정말 정신적으로 성숙하게 만들고 아픔을 치료하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심리학자나 상담가들이 마치 마음을 꿰뚤어보는 식으로 사람을 평가하고 그를 이끌어준다는 발상에는 거부감이 생긴다. 텔레비전에 나오는 상담 프로그램 역시 신뢰하지 않는다. 엄밀히 따지면 그것들의 목적은 상담이 아니라 수익 창출을 위한 쇼프로그램이다.

자청님은 심리학책과 마케팅, 연애 관련 책들을 섭렵했을 것이다. 그러니 첫 사업으로 재회, 이별 상담소를 차려 수익을 창출했다. 내가 연애 박사 또는 다수의 연애를 경험한 사람을 아니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정말 재회를 통해서 다시 관계를 회복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요?" 내 대답은 "아니오."이며 다수의 사람들도 아니라고 말할 것이다. 문제가 있어서 헤어졌을 텐데 만약에 다시 만난다면 그 문제는 다시 발생하기 마련이다. 상담을 통해 자의식을 해체하고 다시 정립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상담자의 시선에서 보았을 때 뿐이고, 특별한 사건 또는 오랜 세월이 지나지 않는다면 사람은 쉽게 정체성을 바꾸지 않는다. 헤어진 연인은 보내주고, 더 노력해서 더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게 바람직하다.

내가 정의하는 자의식은 자신의 욕망을 솔직히 인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구분해서 할 수 없는 것에는 미련을 버리고, 할 수 있는 것에 시간과 에너지를 더 쏟는 것이다. 여기서 욕망은 사실 사람이라면 누구나 비슷하다. 돈, 사랑, 권력, 명예, 인간관계, 외모 등이다. 단지 욕망의 크기에 차이가 있을 뿐이다.

 

자청님의 글을 보니 심리학적인 서술이 많이 나와서 심리학 대가처럼 보이지만 나 역시 책을 많이 읽어본 사람으로서 글을 보자면, 다른 책에서도 수십 번은 언급되는 상투적인 글 뿐이다. 이와 비슷한 부류의 문장들을 서술하는 책들은 시중에 많이 나와있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자청님을 비하하는 것은 아니다. 자청님이 특히 대단한 것은 심리학과 이별, 재회, 상담, 마케팅 등을 통합하여 자본과 연결시켰으며, 꽤 크게 성공을 이루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지금도 자신의 사업을 키우며 열심히 살아가시는 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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