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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

아버지란 무엇인가 - 부성의 원초적 한계와 문명의 시작

by 독서공방 2023. 1.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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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탄생하기 전, 모든 생물이 바다에 있을 때 암수의 동물은 바다라는 공간 자체를 여자의 자궁처럼 수태의 장소로 활용하였다. 대다수의 어류들은 암컷이 난자를 발산하면 수컷은 정자를 발산하여 바닷속에서 만났으며 수컷은 수정된 남자를 돌보는 임무를 맡았다. 암컷은 난자를 발산함으로써 자신의 임무를 다하고 떠난다.

 

이러한 관계는 생명체가 바다에서 뭍으로 올라오며 바뀌게 된다. 수태는 오로지 암컷의 자궁 내에서만 이루어진다. 수컷이 암컷의 자궁에 자신의 정자를 발사하면 더이상 자신의 자손과 연결 고리가 남지 않는다. 오로지 암컷만이 수정에서부터 출산까지 모든 과정을 다 감수한다. 수컷은 정자를 발산한 후 과거 바닷속에서 암컷이 떠났듯 암컷을 떠난다. 그리고 또 다른 암컷을 찾아 헤맨다. 남자들의 본능적인 성욕구 심리는 이런 생물학적 진화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또한 모든 것은 암컷의 자궁 안에서만 이루어지기 때문에 수컷은 자신의 자손에 대한 불확실성을 가질 수 밖에 없다. 새로운 생명과의 잉태 과정은 오로지 암컷의 몫이다. 숭고한 과정을 뺏기게 된 수컷은 철저히 공허하다. 이렇게 자연은 암컷에게 질적인 역할을 맡기며, 수컷은 양적인 역할을 맡게 하였다. 

 

정자를 발산한 후 집을 떠난 수컷들이 집으로 돌아오게 된 시기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시절이다. 이때부터 인류 종은 일부일처라는 문화를 만들어낸다. 가족이 만들어지고, 수컷은 자신의 자손에 확신을 가지게 된다. 암컷과 자손을 부양하는 부성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여기서 부성이란 원초적 본능이 아니라 사회에서 만들어지는 문화와 비슷하다. 부성은 결코 남성의 본능에 가깝지 않다. 

 

남성과 여성의 노동도 구분되기 시작한다. 남성은 밖에서 사냥을 통해 음식을 조달하고, 여성은 자신의 아이를 돌보며 집 근처에서 채집을 하였다. 사냥의 매커니즘은 자세히 살펴볼 만하다. 사냥을 하기 위해서는 장시간 집을 떠나야 한다. 당연히 집으로 돌아가기 위한 기억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자신보다 강력한 동물을 사냥하기 위해서는 끈질김, 협동심, 의사소통, 계획 등이 필요하다. 문명을 발달시키기 위한 요소들이다. 이런 점들은 '부성혁명'이라 할 만하다. 농업혁명 이전에 부성혁명은 문명을 만들기 위한 정신적 기초를 닦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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