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미술이 한 단계 도약하는 순간이 있습니다.
기원전 500년경 유럽 문명의 발흥지라고 할 수 있는 그리스에서 일어납니다.
지금은 산업 기술력이 약해 강국이라 볼 수 없지만 문명과 더불어 자연환경이 잘 보존되어 있어 관광산업이 잘 발달해있습니다.
그리스인은 선조들이 이룩해놓은 빛나는 업적에 빚지고 있는 것이 많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그리스 문명은 이집트 문명으로부터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그리스의 엘리트들은 이집트에서 수학과 미술 등을 배워왔죠.
그리스의 미술에 앞서 이집트 미술을 먼저 살펴볼게요.
1. 이집트 미술
이집트는 피라미드의 나라입니다.
철저하게 조직화된 나라에서 왕은 신과 같은 존재였으며, 수많은 노동자와 노예들은 여러 해 동안 돌을 쌓아야 했습니다.
피라미드는 단순한 치적용이 아니었습니다.
실제적인 용도를 가지고 있었어요.
당시 사람들은 왕이 죽으면 영혼이 신의 나라로 간다고 생각했습니다.
하늘을 향해 치솟은 피라미드는 왕이 신의 나라로 가기 위한 장소였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육체가 썩지 않게 미이라로 만들어야 했어요.
묘실 주변에는 영혼의 여행을 돕기 위한 온갖 주문과 부적들이 적혀 있었죠.
동행할 수행원도 필요했는데, 왕의 하인과 노예들을 함께 매장했습니다.
이러한 풍습은 너무나 잔인하고 사치스럽습니다.
이때 미술이 구원투수로 등장해요.
하인들의 형상을 만들고 그림을 그렸습니다.
그림 속에 영혼이 깃들여 있다는 생각했던 토테미즘 사상이에요.
이집트 미술은 미를 추구하지 않고 실용적인 목적으로 이용되었어요.
이집트의 벽화에 표현된 정원을 보면 현대의 그림과는 사뭇 다릅니다.
어린아이가 그리듯이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기술이 미흡하고 수준이 낮다고 생각하면 안되요.
당시의 입장에서 살펴봐야 합니다.
이집트인에게 중요한 것은 그림 자체의 사물들이 가지고 있는 완전함입니다.
모든 것은 분명하고 정확하게 표현해야 했어요.
나무는 화가의 시선과 상관없이 옆에서 본 모양으로만 그려져 있습니다.
그래야 나무의 특성을 가장 잘 파악할 수 있거든요.
연못은 위에서 본 모습으로 그렸습니다.
그래야 연못의 전체적인 모습을 잘 파악할 수 있습니다.
반면에 연못에 있는 물고기과 새들은 옆모습으로 그렸습니다.
그림에서 사물들의 본질을 담고자 했던 것이 이집트 미술입니다.
실제처럼 보이는 것이 아니라 사물의 특징을 그림 속에 잘 담아내야 했어요.
인체도 마찬가지 방법으로 표현했어요.
머리는 옆에서 보았을 때 가장 분명하기 때문에 측면으로 그렸습니다.
하지만 눈의 모양은 정면을 향하고 있습니다.
어깨와 가슴은 정면의 모습입니다.
반면에 팔과 다리는 옆에서 본 모양입니다.
팔과 다리의 움직임은 측면에서 보았을 때 잘 드러나기 때문이죠.
발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발은 정면에서 바라본 모습으로 시각화하기 매우 어렵습니다.
엄지발가락부터 시작하여 발의 옆모습을 그리고 올라가면서 다리와 연결됩니다.
2. 초기 그리스 미술
초기 그리스 미술은 매우 조잡하고 원시적이었습니다.
당시 도자기에 그려져 있는 모습을 보면 기하학적인 문양으로 장식되어 있습니다.
상반신을 보면 역삼각형으로 표현했을 뿐이죠.
팔은 선에 가깝습니다.
그리스는 하나의 국가는 아니고 여러 도시들의 연합체였습니다.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도시는 아테네였어요.
이곳에서 미술사 전체를 통틀어 가장 위대하고 놀라운 혁명이 발생합니다.
기원전 6세기 무렵으로 보여요.
그전까지 미술가들은 선조들의 양식을 답습하고자 노력했고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당시의 돌 조각상을 살펴보면 이집트의 양식을 많이 따라고 있음을 알 수 있어요.
우리가 살펴볼 곳은 바로 무릎입니다.
이집트인이라면 무릎을 정면에서 보이는 모습으로 표현하지 않았을 거예요.
하지만 그리스 조각가는 대범하게 무릎을 정면의 모습으로 표현했습니다.
아주 잘 표현했다고 볼 수는 없으나 이 작가는 분명 무릎이 어떻게 보일지에 대해 연구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스는 이집트의 그늘에서 벗어나 그들만의 양식을 찾아나서기 시작했어요.
때로는 실패했습니다.
미소가 어색해 보이기도 하고, 자세가 더 굳어 보이기도 했죠.
하지만 이렇게 시작된 혁명의 물결은 막을 수가 없었어요.
조각가들은 인체를 표현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찾아 계속해서 시도했습니다.
화가들도 곧 따라 하기 시작했어요.
그리스의 그림 작품이 거의 남아있지 않아서 어떤 그림이었는지 알 수 없지만 당시의 화가들은 조각가보다 더 유명했다고 합니다.
그리스 회화는 도자기에 그려진 그림을 통해 유추해 볼 수 있어요.
도자기의 그림 속에는 ‘아킬레스’와 ‘아이아스’가 장기를 두고 있습니다.
그림에서 이집트의 흔적들이 보입니다.
눈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얼굴은 측면이지만 눈은 정면에서 본 모양입니다.
하지만 몸체는 더이상 이집트 스타일이 아닙니다.
어깨가 정면이 아닌 측면에서 본 모습이죠.
왼팔은 몸체에 가려 거의 보이지 않으며 손가락만 살짝 비춥니다.
이집트라면 그림에서 온전함을 추구하기 때문에 왼팔 역시 온전히 보이게 그렸을 거예요.
화가는 두 사람이 앉았을 때 실제로 어떻게 보일지 엄청 고심했을 것으로 추측됩니다.
3. 위대한 도약의 순간
진정한 위대한 도약의 순간은 원근법에 의한 ‘단축법’의 발견입니다.
말이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으나 원리는 아주 간단합니다.
원기둥을 수직으로 내려다보면 무엇이 보이죠?
옆면의 높이는 보이지 않고 동그란 원만 보입니다.
기원전 500년 역사상 최초로 발을 정면에서 본 모양으로 그립니다.
오른발은 안전하게 측면에서 본 모양입니다.
유심있게 살펴볼 발은 왼발입니다.
왼발은 단축법을 사용하여 다섯 개의 발가락을 작은 원으로 그려 넣었습니다.
사물을 온전한 모습으로 그리려 하는 전통은 사라졌습니다.
화가가 대상을 바라보는 실제 시선이 그림에 투영되기 시작하였습니다.
반면에 양쪽에 있는 사람들은 옆모습입니다.
가운데 갑옷을 입고 있는 청년의 머리도 측면으로 그렸죠.
정면에서 갑옷을 입고 있는 얼굴을 그리기가 쉽지 않음을 알 수 있습니다.
발가락만이 단축법을 이용해 그려졌습니다.
미술 역사상 작은 발걸음이지만 위대한 도약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4. 그리스 전성기
단축법을 발견한 그리스 미술의 대혁명은 가장 화려했던 그리스와 같은 시기입니다.
시민들은 신들에 관한 오랜 전통과 전설에 의문을 제기하고 편견 없이 사물의 본질을 탐구합니다.
흔히 그리스에서 과학과 철학이 시작되었다고 하는데 바로 그 시기죠.
하지만 미술가들의 계급은 낮았습니다.
미술가들은 손을 이용해 그림을 그리고 조각을 하는 노동가에 가까웠으니까요.
그래도 이집트보다는 나았습니다.
나름 민주주의 제도가 운영되었거든요.
민주주의가 최고봉에 있었을 때가 미술이 가장 발전한 시기이기도 합니다.
미술가들의 입지가 올라가게 된 계기가 있는데 아테네-페르시아 전쟁입니다.
아테네는 페르시아의 침략을 물리치고 파괴된 것들을 다시 재건하기 시작했어요.
이전보다 더 장엄하고 화려하게 만들었죠.
그러기 위해서는 미술가의 도움이 필요했습니다.
당시 지도자였던 ‘페리클레스’는 미술가들을 우대해주었어요.
건축가 ‘익티노스’는 파르테논 신전을 건설합니다.
조각가 ‘페이디아스’는 신상을 제작하고 신전을 장식합니다.
지금은 ‘페이디아스’의 작품이 남아있지 않아요.
명성만이 남아있죠.
고대 세계의 조각 작품들이 없어진 직접적인 이유는 기독교 때문이에요.
기독교는 이교도의 신상을 불결하게 여기고 때려부수는 것이 신성한 의무라고 생각했거든요.
지금 남아있는 것은 로마 시대에 만들어진 복사품이고 보면 됩니다.
우리는 복제품을 통해서 그리스 조각이 어떠했을지 짐작해볼 따름이에요.
로마의 아테나 여신상 작품을 보면 대단히 인상적이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옛 문헌에 남겨진 실제 아테나 상을 상상해볼 필요가 있어요.
금으로 만든 갑옷과 의상, 상아로 된 피부, 방패와 갑옷은 번쩍이는 색으로 채색하고 눈도 색깔있는 돌로 만들었습니다.
여신을 둘러싼 동물들도 보석으로 장식했어요.
크기는 약 11미터 입니다.
실제 아테나 상을 마주했다면 신비스러운 모습과 거대함에 압도되었을 거예요.
또다른 위대한 작품으로 제우스 상이 있습니다.
이제는 볼 수 없지만 이 역시 문헌을 통해서 그 크기와 웅장함을 짐작해 볼 따름입니다.
5. 결론
그 후로 그리스 미술은 계속해서 발전해요.
하지만 아테네는 스파르타와 전쟁을 하게 됩니다.
펠레폰네소스 전쟁이라고 하죠.
소크라테스도 참전했죠.
아테네는 이 전쟁에서 스파르타에 패배합니다.
스파르타의 문명은 아테네보다 훨씬 뒤떨어졌어요.
그리스와 아테네의 번영은 종말을 맞이하게 되고 문명은 로마로 이동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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