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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모든 삶은 흐른다

by 독서공방 2023. 9.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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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유명한 분들의 추천사가 많습니다.

추천 내용도 꽤 화려합니다.

맨 처음 등장하는 최재천 교수님과 이해인 수녀님의 추천사를 보면 책을 읽고 싶은 마음이 샘솟습니다.

저자 로랑스 드빌레르는 프랑스 최고의 철학자라고 합니다.

철학의 흐름이 실존주의에서 구조주의로 넘어갈 때 프랑스 철학자들이 큰 역할을 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을 읽기 전에 저자에 대한 신뢰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몇 개의 챕터를 읽고 나서 뭔가가 잘못되었음을 알았습니다.

최재천 교수님이 정말 이 책을 읽으셨을까?

읽으셨음에도 이 책이 정말 훌륭하다고 생각하셨을까?

추천사를 쓰면 혹시 일정 금액의 돈이 지급되기 때문에 부풀려 쓰신 건 아닐까? 라는 의심까지 생겼습니다.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는 자유입니다.

자유라는 가치를 바다와 연결하여 인생을 조감하는 책입니다.

땅에서 농사를 짓는 사람은 자신이 태어난 곳을 벗어나지 못하지만 바다를 항해하는 사람은 어디든 갈 수 있습니다.

자유를 상상하면 날아오르는 장면이 떠오릅니다.

자유롭게 자신의 뜻을 펼치는 모습에 가슴이 웅장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자유에는 큰 책임이 따릅니다.

빈 스케치북에는 무엇을 그릴지 100%의 자유가 허용됩니다.

다빈치라면 자신의 자유를 활용해 모나리자를 그릴 수 있겠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정도는 초등학생 정도의 작품이 최선입니다.

명화 작품 따라 그리기는 자유가 제로입니다.

하지만 작품의 결과가 중박 정도는 나옵니다.

그래서 자유가 없더라도 소속된 곳에서 정해진 일에 만족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실존주의 철학에서 인간은 기투된 존재입니다.

세상에 던져졌다는 뜻입니다.

아무런 목적 없이 태어났기 때문에 인간은 누구나 소중하고 자유로운 존재입니다.

하지만 목적이 없기 때문에 영원히 욕망이 채워지지 않는 허기진 상태가 인간이기도 합니다.

실존주의에서는 인간을 적극적인 존재로 봅니다.

실존 철학자 사르트르는 실제 행동하는 실천가였습니다.

 

구조주의는 실존주의를 딛고 일어선 철학입니다.

구조주의는 인간에게 자유가 없다고 말합니다.

인간의 사고, 인간의 역사, 인간의 문화가 틀 속에서 정해져 있다고 합니다.

인간은 자유의지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 자유의지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것이 인간의 본질이라고 합니다.

구조주의는 인간을 소극적인 존재로 봅니다.

실존주의와 구조주의가 서로 상반된 입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둘은 경합을 하게 됩니다.

그 결과 실존주의는 철저히 무너지게 됩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 자체가 사고의 흐름과 틀을 제한하게 됩니다.

그리고 토론에서는 언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실존주의는 이미 진 것이나 다름없었습니다.

 

저자 로랑스 드빌레르자유라는 실존주의 철학적 개념으로 책을 서술하였습니다.

실존주의라는 구식 철학으로 회귀한 느낌입니다.

제가 볼 때 이 책은 진부하기 짝이 없는 내용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섬의 모양은 제각각이다. 이처럼 인간도 모두 개성이 있다.

항구에는 방파제가 있다. 우리 마음에도 방파제가 필요하다.

이런 비유가 책의 시작부터 끝까지 서술되어 있습니다.

어쩌라는 걸까요?

 

이 책은 서술 방식에도 문제가 있습니다.

어쩌면 번역의 문제일 수도 있지만 한 단락을 소개해 보겠습니다.

거센 파도는 열렬한 사랑처럼 모든 것을 휩쓸고 배를 난파시킨다. 누구도 거센 파도를 피해 살아남기 힘들다. 사랑은 서정적이면서 격렬하다. 루브르 박물관에 전시된 앙투안 바토의 그림은 사랑의 감미로움을 표현했다. 그림의 제목은 <키테라 섬으로의 출항>이다. 키테라 섬은 비너스의 섬이라고도 불리는데 계절은 봄만 있다.

이 내용을 읽고 이해하셨습니까?

저는 이해할 수 없습니다.

 

이런 서술 방식을 의식의 흐름 기법이라고 합니다.

문학 작품에서 사용되는 기법입니다.

작가 이상의 <날개> 첫 단락을 소개하겠습니다.

박제가 되어버린 천재를 아시오? 나는 유쾌하오. 이런 때 연애까지가 유쾌하오. 육신이 흐느적흐느적하도록 피로했을 때만 정신이 은화처럼 맑소. 니코틴이 배 횟배 앓는 뱃속으로 스미면 머릿속에 으레 백지가 준비되는 법이요. 그 위에다 위트와 패러독스를 바둑 포석처럼 늘어놓소. 가증할 상식의 병이요.

무슨 말인지 이해가 가시나요?

이해가 가지 않는다면 당연합니다.

논리적인 구성이 아니라 생각이 떠오르는 데로 썼기 때문입니다.

<모든 삶은 흐른다> 역시 이와 같은 방식으로 서술되어 있습니다.

어렵지 않은 내용인데, 읽어도 이해할 수가 없는 곳이 상당히 많습니다.

좋게 말하면 의식의 흐름 기법이고 나쁘게 말하면 아무렇게나 쓴 책입니다.

 

책을 읽기 시작하는 순간은 책을 넘기는 때가 아닙니다.

어떤 장르의 책을 읽을지 고민하는 순간부터가 책을 읽기 시작하는 때입니다.

그래야 책을 선정하는데 있어서 실패가 없습니다.

저는 독서 모임에 선정된 책이라 어쩔 수 없이 읽게 되었습니다.

혹시나 이 책을 읽으려고 했던 분이 계시다면 구입보다는 대출을 권장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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